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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원.복지·바우처

중장년 고립가구 지원 후기 – 찾아가는 복지, 이렇게 받았어요

by 이해의 순간 2025. 6. 5.

 

사회적 고립 중장년, 나도 그 손길이 필요했어요

어느 날 문득 깨달았습니다. 제 삶이 언제부터인가 조용해졌다는 것을.

조용한 방 안에 혼자 앉아 있는 중장년 남성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전화벨 소리는 점점 줄어들었고, 대화라곤 편의점 아저씨와 나누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정도가 전부였지요. 퇴직 후 3년, 아내와의 이혼 후 2년. 시간은 흘렀지만 제 삶은 멈춰 있는 것 같았습니다.

혼자가 된다는 것

자식들은 바쁘다며 한 달에 한 번 전화 오는 것이 전부였고, 퇴직 후 함께 술 한 잔 하던 동료들과의 연락도 자연스레 끊겼습니다...

작은 포스터, 머뭇거림의 시간

자식들은 바쁘다며 한 달에 한 번 전화 오는 것이 전부였고, 퇴직 후 함께 술 한 잔 하던 동료들과의 연락도 자연스레 끊겼습니다. 처음엔 '이제 좀 쉬자'는 생각으로 집에만 있었는데, 어느새 일주일 동안 단 한 마디의 대화도 나누지 않은 날이 많아졌습니다. 텔레비전 소리만이 집 안을 채웠고, 그마저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동네 공원에 산책을 나가도 인사할 사람 하나 없었습니다. 가끔 옛 친구들의 SNS를 보면 모두 행복해 보였고, 그런 모습을 보는 것조차 힘들어 휴대폰도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외로운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서글펐습니다.그러던 어느 날, 아파트 게시판에 붙은 작은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중장년 고립가구 심리지원 프로그램'이라는 제목이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지나쳤습니다. '나는 아직 그 정도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아니야'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그 포스터가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일주일 후, 다시 그 포스터 앞에 서서 적힌 번호를 휴대폰에 저장했습니다. 하지만 전화를 걸지는 못했습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내가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인지, 그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그렇게 또 한 달이 흘렀습니다.

용기 낸 첫 전화

용기를 내어 전화를 건 건 우연히 TV에서 본 다큐멘터리 때문이었습니다. '고독사'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며 가슴이 아팠습니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중장년 심리지원 프로그램 문의드립니다..."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하지만 전화 너머로 들려온 상담사의 목소리는 따뜻했습니다. "용기 내서 전화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힘드셨죠?" 그 한마디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누군가 나의 상황을 이해해준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습니다. "

 

복지 상담사가 중장년에게 미소로 말을 건네는 장면

찾아온 복지사의 방문

일주일 후,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라는 프로그램으로 복지사 선생님이 집으로 방문했습니다. 처음엔 낯설고 부끄러웠습니다. 청소도 제대로 안 된 집을 보여드리는 것이 민망했지만, 선생님은 그런 모습까지도 따뜻하게 받아들여 주셨습니다. 선생님은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하며 제 이야기를 들어주셨습니다. 때로는 함께 산책을 나가기도 하고, 동네 복지관에서 하는 프로그램도 소개해 주셨습니다.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요. 천천히 시작해봐요."라는 말에 용기를 얻었습니다.

삶의 작은 변화

복지관에서 목공 수업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그저 시간을 보내기 위한 것이었지만, 나무를 깎고 다듬는 일에 점점 흥미가 생겼습니다. 거기서 만난 동년배 친구들과 커피 한 잔 나누는 시간도 생겼습니다. 작은 변화였지만, 제 삶에는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 달 전에는 복지관에서 열린 작은 전시회에 제가 만든 나무 소품을 전시했습니다. 오랜만에 자식들이 찾아와 "아버지, 대단하세요!"라고 말해줬을 때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야외 산책하며 밝아진 표정을 짓는 중장년

지금도 가끔은 외롭지만

지금도 가끔은 외롭고 힘든 날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날에 혼자 있지 않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복지관에 가거나, 동네 산책 모임에 나가거나, 때로는 복지사 선생님께 솔직하게 제 마음을 털어놓기도 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 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도움을 청하는 것은 약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용기 있는 행동입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첫 걸음이 가장 어렵지만, 그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새로운 길이 보일 것입니다. 작은 변화로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오늘 하루, 전화 한 통의 용기를 내보는 건 어떨까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분명히 있습니다. 저도 그 따뜻한 손길이 있었기에 오늘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세상에는 여전히 당신을 기다리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용기를 내어 그 손을 잡아보세요. 다시 작은 빛이 들어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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